식물들의 사생활 - 이승우
이승우 작가 책은 어렵다. 그 어려움이 매력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고통으로 다가올 때도 있는데 이 소설은 후자였다. 형의 애인을 사랑한 동생, 동생의 비뚤어진 사랑때문에 평생 불구자가 된 형,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사랑하는 아버지. 그 흔해빠진 사랑이 이들에겐 왜 그리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다. 불구가 된 큰아들을 업고 사창가를 헤매는 어머니의 마음은 사랑이었을까? 가족에 대한 의무였을까? 그런 마음이 모정이고 의무라면 나는 평생 어머니가 되고 싶지 않다. 한국 문학 우울하고 구질구질해서 질린다고 그렇게 외치면서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읽는 나도 구질구질하다.


나의 핀란드 여행 - 가타기리 하이리
영화 <카모메 식당>의 배우 가타기리 하이리가 쓴 핀란드 여행 에세이. 가타기리 하이리라고 하면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 같아서 사진 링크를 준비했다.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자주 본 사람에겐 익숙한 얼굴이다. 영화 때문에 핀란드에 간 건 맞지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때문에 카모메 식당 비하인드스토리를 원한다면 이 책은 패스하시길. 대신 소소한 핀란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한 번쯤 볼만하다. 나처럼 북유럽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볼만하다. 그렇지만 사서 볼 것까진 없는 책이다. 


각설하고 - 김민정
작가마다 색이 다른 글을 쓰지만 유독 시인의 글은 그 색이 짙다. 시만이 가지고 있는 함축성 때문일까. 시인의 산문엔 시가 묻어난다. 뭘 써도 시 같다. 시를 어려워하고 시인이 쓴 글을 어려워하는 나에게 꼭 맞는 글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색이 분명한 매력적인 글이었다. 평범한 문장에 질렸을 때 읽으면 좋을 책이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 - 빌 브라이슨
이 책이 왜 유명한 걸까. 여행기인데 온통 부정적이고 비꼬는 말들로 가득하다. 물론 그 나름의 유머로 승화시키고 있지만 계속되는 빌 브라이슨식 비꼬기 유머에 읽다가 지친다. 이건 뭐 인간 꽈배기도 아니고, 꽈배기는 맛있기라도 하지. 여행기는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내용이 피곤해서 다 읽는 데 한참 걸렸다. '다 좋다는 데 나만 별로인 책' 리스트에 올려야 할 책이다. 이 작가의 다른 책도 사둔 게 있는데 그건 여행기가 아니니까 이런 문장은 아니겠지? 제발 아니길 바란다.


요리사 트로스트 - 로날트 히파르트
생전 처음 접하는 네덜란드 소설이라는데 혹하고, 요리사가 주인공이라는데 혹해서 샀던 책이다. 요리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단 요리와 맛을 통해 우리네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요리 이야기가 안 나오는 건 아닌데 평소에 접하는 요리가 아니다 보니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프랑스 요리에 대해 아는 게 있어야지. 쓴맛, 짠맛, 단맛, 비누 맛, 신맛, 피 맛으로 나뉜 목차처럼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맛을 가진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까. 내 인생을 나만의 독특한 맛으로 완성한다면 그보다 더 훌륭한 인생 요리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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