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독후감 #03
2017.03.26 20:31


01. 4페이지 미스터리.e - 아오이 우에타카

4페이지로 끝나는 짧은 미스터리 단편을 묶은 책이다. 미스터리라 그런지 살인을 소재로 한 단편이 많은데 일본 특유의 음습함이라고 할까 그런 게 느껴지는 글이 많았다. 편당 분량이 적은 만큼 기승전결 진행이 빨라서 집중하지 않으면 결말을 놓치기 쉽다. 그럴 경우 부담 없이 앞으로 다시 가서 처음부터 읽으면 대부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 단편도 있었다. 내 머리가 나쁜 것인지, 작가님 머리가 비상한 것인지, 둘 다 인지, 이거야말로 미스터리다. 소장용으론 비추, 빌려보는 건 추천입니다.


02. 브리다.e -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이후에 오랜만에 읽는 파울로 코엘료 책인데 이 작가님 글은 상당히 종교적 느낌이 강하다. 현실과 꿈 사이에 한발씩 걸치고 써내려간 듯한 글은 신비하고 몽환적이다. 모든 글은 호불호가 갈리지만 파울로 코엘료 책은 상당히 심하게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내 경우엔 연금술사는 호에 가까웠는데 브리다는 불호에 좀 더 가깝다. 마법과 사랑을 믿기엔 난 너무 커버린 듯하다. 앞으로도 굳이 찾아서 읽지는 않을 것 같다.


03. 영혼의 식사.e - 위화
위화의 산문집. 종이책은 절판이지만 이북이 있어서 빌려 읽어봤다. 아들을 키우면서 써내려간 육아 일기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이 담담한 문체로 쓰여 있다. 소설은 좋지만, 산문은 별로인 작가도 많은데 다행히 위화 작가는 산문도 코드가 맞아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종종 글로 만나는 중국의 일상에서 몇십 년 전 우리가 한참 경제 발전을 이루던 그때와 비슷한 면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하지만 워낙 땅덩이가 넓은 나라고 정치적 성향이 달라서인지 다른 면도 많이 보인다. 위화가 작가가 되기 전 직업이 치과 의사라고 해서 놀랐는데 우리나라의 치과 의사와는 의미가 좀 달라서 신기했다. 그러고 보니 중국은 길거리에서 이를 뽑아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길거리에서 이를 치료하는 게 충분히 가능한 일이구나 싶었다. 중국은 워낙 넓고 많은 사람이 살아서 그런지 삶의 모습도 참으로 다양하다 싶다.


04. 자발적 복종.e - 에티엔 드 라 보에시
16세기 프랑스의 18세 법학도 '라 보에시'가 쓴 논설로 발표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은 물론 정치철학의 핵심 사상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6세기에 쓰인 글을 21세기에 사는 우리가 읽고 공감한다는 것 자체가 이 글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고 본다. 현시점에 읽어서 와 닿는 점이 더 많은 글이기도 했다. 글재주가 없는 관계로 역자 후기에 실린 가장 공감했던 문장으로 후기를 마무리해야겠다. 「라 보에시는 독재자의 가장 패악적인 범죄는 민중을 우둔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에 무지하고 무감각하게 민중을 길들이면서 선량한 국민으로 교화하는 것이라고 감언이설로 교묘하게 둘러대는 것이다.」


05. 다섯째 아이.e - 도리스 레싱
1960년대 영국 런던,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전통적인 가정을 만드는 것을 이상으로 생각하는 부부다. 그들은 바람대로 큰 집도 사고 아이도 넷이나 낳는다. 하지만 다섯째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아슬아슬하게나마 이어지고 있던 가족의 행복은 깨져버린다. 아, 이 책은 정말 읽다가 속이 터져서 미치는 줄 알았다. 자신들의 현실을 무시한 무절제한 소비 패턴과 무계획에 가까운 자녀 계획까지 정말 속 터진다. 가족과 파티에 올 손님들을 위해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큰 집을 사고 첫애를 낳자마자 또 둘째를 가지는 무식함이라니. 죄 없는 늙은 부모들은 그들을 뒷바라지하느라 경제적,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이미 태어난 네 명의 아이들 또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고통받는다. 당사자인 그들 또한 육아에 지치고, 끝없이 들어가는 돈을 조달하느라 지친다. 이런 상황에서 태어난 다섯째 아이 벤은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 않은 아이로 소설에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자폐아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벤이 자라날수록 통제 불능에 가까운 성격 때문에 가족 모두가 힘들어진다. 읽으면서 아이들은 불쌍했지만, 해리엇과 데이비드에겐 동정심이 들기는커녕 자업자득이란 생각만 들었다. 저 멀리 반짝이는 이상에 눈이 멀어 발밑의 시커먼 현실을 외면한 그들의 잘못이 너무나 크다.

*이상으로 2월 독후감 16권 끝! 한달에 16권이라니 전자책 효과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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