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 김탁환
2016.08.24 20:45



나는 겁쟁이다. 출간되자마자 샀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아직도 읽지 못하고 책장에 그대로다. 비겁해서 안 읽은 것도 맞고 마음 아플까 봐 못 읽은 것도 맞다. 애써 외면하고만 싶었던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이 책을 사면서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띠지에 새겨진 '2014년 한국에서 일어난 대형 해난 사고를 목격하고 작가 김탁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시도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란 선전 문구처럼 분명, 이 책은 소설 = 픽션이다. 하지만 그 뼈대를 이루고 있는 건 故 김관홍 잠수사의 증언이다. 때때로 현실은 그 어떤 픽션보다 잔인하다.

차가운 바닷속에서 이유 없이 죽어간 생명들을 다시 가족들 품으로 돌려보낸 건 정부도 해경도 해군도 아닌 민간 잠수사들이었다. 민간 잠수사들이 어떤 목적으로 세월호 현장에 가게 됐는지, 열악한 환경에서 어떤 방법으로 실종자들을 모셔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모든 것이 이 책 안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해 안타까워하기만 했지 잠수사들이 어떤 식으로 침몰한 배 안에 들어가 어떻게 실종자들을 모셔오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고 책을 읽고 그 방법이란 것이 너무나 참혹하여 눈물이 났다. 실종자들을 모셔오는 과정에서 잠수사들은 몸도 병들고 마음도 함께 병들었다. 그런 그들을 보듬어 주어야 할 나라는 지원한 지 일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잠수병 치료비마저 끊어버린다. 너무나 당연한 믿음이 깨졌을 때 그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나에게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참사를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할 기회를 준 책이 되었다. 이 책을 써주신 김탁환 작가도 고맙고, 책을 출간해준 북스피어 출판사도 고맙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분들과 잠수사분들의 명복을 빈다.


종후, 윤종후였습니다. 그 배에서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나온 남학생은 윤종후뿐이었습니다. 평상복으로 자유롭게 다녀도 되는데, 가슴에 이름표를 단 건 분명 이상한 일입니다. 나중에 종후 부모님께 들으니, 종후가 어느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윤종후란 걸 알리기 위해, 가방에 있던 이름표를 꺼내 가슴에 달았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종후의 뺨에 제 오른손을 가만히 댔습니다. 그리고 부탁했습니다. "종후야! 올라가자. 나랑 같이 가자." - P.80

딱 한 번, 제가 던진 질문들이 맹골수도 그 바다를 부표처럼 둥둥 떠다니는 꿈을 꿨습니다. 엄청 많았습니다. 인도 바라나시를 다룬 여행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 갠지스강에 꽃들이 가득 떠 흘러가더군요. 제 꿈에 찾아든 꽃들은 모두 질문으로 만든 꽃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사람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 겁니다. - P.85~86

인간은 결코 숫자로 바뀔 수 없습니다. 바지선에서 철수한 뒤 제가 가장 듣기 싫었던 질문은, 너는 몇 명이나 수습했냐는 겁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수습한 숫자가 아니라 선내에 남아 있는 숫자였습니다. - P.113

"어머니임더. 2003년 2월 18일에 중앙로역에서 돌아가셨심니더. 맞심니더, 대구 지하철 참사! 지는 어렸을 때부터 잘 울었지예. 지가 울고 있으면 어머니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쳐 주곤 하셨심니더. 그랬심니더. 다 잊은 줄 알았는데예. 어머니가 그래 돌아가시고 나선, 아무도 제 눈물을 닦아 준 사람이 없심니더. 그날 그 아지매와 맞닥뜨리기 전까진. 이 얘길 꼭 하고 싶었심니더. 밖에서 보기엔 두 패로 나뉘어 싸우는 거 같지만, 결국 다 똑같은 김니더. 유가족인 지가 자라 의경이 되어 또 다른 유가족을 막을 줄 누가 알았겠심니꺼. 지 같은 사람은 없어야 함니더. 유가족이 유가족을 막는 이런 기절초풍할 비극이 다시 있어선 안 됨니더. 그래서 전화드린 김니더. 그게 담니더."
- P.261~262

맹골수도에서 일한 잠수사들은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네. 갑을병정무. 그래 우린 무였어. 경수는 농담처럼 그 무가 없을 무라더군. 있지만 없는 존재. 인간도 아닌 존재. 아무렇게나 쓰고 버려도 무방한 존재. 그런 무 취급을 받았어 - P.328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하라. - P.389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