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 다이 시지에
제목이 아름다워서 덥석 사들인 중국 소설. 1966년 중국은 마오쩌둥의 주도하에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문화대혁명'을 맞이한다. 국가는 부르주아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소년들을 농촌으로 보내 농민에게 재교육을 받게 한다. 명분은 교육이지만 실상은 산골에 갇혀 노예 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마을도 사람도 불편하고 고된 노동에 몸도 힘들지만, 하루하루 힘겨운 투쟁을 하듯 버티고 있던 그들에게 다른 마을에 사는 재교육생 '안경잡이'가 나타난다. 그 안경잡이에겐 그들에게 없었던 책이 있었고, 노동을 대신 해주는 대가로 발자크 책을 빌릴 수 있게 된다. 금서를 한 번 맛본 그들은 어떻게든 더 많은 책을 손에 넣기 위해 애쓰는 한편 재봉사의 딸 바느질하는 소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시대와 상황이 어찌 됐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는 어찌할 수 없는 모양이다.


생의 이면 - 이승우
출판사로부터 '작가탐구'라는 기획을 의뢰받은 소설가(나)는 글을 쓰기 위해 또 다른 소설가(박부길)의 인생 전체를 되짚어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과 소설 속 주인공을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내지만, 그 경고가 더욱더 확신을 심어 줄 뿐이다. 박부길의 인생이자 작가의 인생이 녹아든 소설을 단 몇 줄로 요약해서 적어낼 재주는 없다. 다만, 앞서 읽었던 작가의 글들이 모두 그랬듯 사유 할 수 있는 문장이 많아서 좋았다. 곱씹어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이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 네코마키
노부부가 집 앞에 쓰러져있던 아기 고양이를 구조해서 키우다가 할머니는 먼저 돌아가시고 할아버지와 고양이만 남게 된다. 할아버지 '다이키치'와 고양이 '타마'의 알콩달콩 일상다반사. 내용도 귀엽지만 그림체가 정말 정말 정말 귀엽다. 단순히 고양이만 귀여운 게 아니라 사람이고 동물이고 풍경이고 다 귀여운 그림체라서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냥덕후라면 꼭 읽어보세요.


콩고양이 1,2,3 - 네코마키

<고양이와 할아버지>를 그린 작가의 다른 고양이 만화책. 이번엔 삼대가 함께 사는 인간 가족 + 닭 한 마리 + 고양이 두 마리의 조합이다. 수컷 고양이 콩알이와 암컷 고양이 팥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말썽을 피워 마담 복슬(엄마, 60대, 주부) 에게 혼나는 것이 일상이지만 주인님(딸, 30대, 직딩)과 내복씨(할아버지, 나이 많음, 무직)가 있어서 오늘도 행복한 콩알과 팥알이다. 만화라서 금방 읽는다는 게 제일 아쉽지만 그림도 귀엽고 내용도 귀여워서 계속 챙겨 볼 것 같다.


13.67 - 찬호께이
뛰어난 추리 능력을 갖춘 홍콩 경찰총부의 전설적 인물 '관전둬'를 중심으로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건을 하나씩 펼쳐 보인다. 내 기억으론 홍콩 작가의 책도 처음이고 홍콩 경찰 이야기도 처음이다. 하지만 제목이나 내용보단 독특한 작가 이름으로 기억하게 되는 책이랄까. 재미있었지만 놀라울 정도는 아니었고 하드보일드 요소가 있다던데 그 때문인지 나하고는 묘하게 안 맞는 부분이 있는 소설이었다.